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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성덕의 안경이야기-갯골에서

갯골에서


칠면초, 퉁퉁마디, 모새달 ,억새
농게, 방게 망둑어 ,금개구리, 맹꽁이 …….
수로 옆 갯벌에서 살아가는 염생 생물들입니다.
저어새, 노랑부리백로, 황조롱이, 검은머리물떼새. 갯골의 상위 포식자들이군요.

미술 동호회 화우들과 갯골 사생회를 나왔습니다.
요기 저기에 갯 쑥부쟁이와 갯개미취, 무더기입니다.
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.
산골에서 나고 자란 탓입니다.
갯 이란 말은 바다 취는 나물이란 뜻이라네요.
어렴풋이 감이 잡힐 듯합니다.

구절초, 산국 ,감국, 금계국, 구절초, 벌개미취, 참취, 요 녀석들은 다 들국화 종류랍니다.
꽃잎과 줄기가 고만 고만한 자태고요. 키와 꽃의 크기만 다를 뿐 구분하기 쉽진 않네요.

소금창고 주변엔 해당화가 사열을 합니다.
꽃 속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립니다.
향기에 빠져 듭니다. 눈을 감네요.
인공적인 명품 향수에 비길 바 아닙니다.

갯골 앞 까지 바싹 다가갑니다.
갯골은 갯고랑의 줄임말입니다.
하루 두세 번 바닷물이 들고 나면 v자형태의 고랑이 생깁니다.
고랑에 실려 온 바람에 나도 농게도 ,방개도 금개구리도 눈을 감습니다.

질경이 지천으로 깔린 풀 섭에 않아
갯바람에 땀을 식히며 화우들은 흰목물떼새가 되었습니다.

사생은 못하고 회화나무 아래에 둘러 않아
참외와 방울토마토를 참으로 먹습니다.
꼭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.
“풀밭위의 점심”이네요.

목조 흔들 전망대에 올라 갯고랑과 소금창고, 해당화무리, 갯 쑥부쟁이, 왕벗꽃 터널, 미생의 다리.
눈이 닿는 대로 호조벌과 소래산, 멀리 수암봉, 관악산 까지 둘러봅니다.
생긴 그대로가 그림입니다.

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쉬타인은
그의 그림이론(Picture Theory)에서
세계는 하나의 그림이라고 하였다지요.
고개가 끄덕여 집니다.

흰 농게와 저어새 나는 곳이면
칠면초 석양빛에 붉게 물들고
구절초 무리지어 또 피어나면
해당화 그립게 피어나고 억새 사각거리면…….
가난해도 서럽지 않고
외로워도 견딜 만하겠습니다.

백석시인의 말처럼
더러운 세상 같은 것은 버리고
출출히 우는 산골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세상속의 그림 같은 뒤란에 서면……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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